고레벨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리니지2를 즐기는 유저들은 파티플을 선택하게 된다. 각 직업별로 가진 스킬의 특징이 다르고 모여서 하는 것이 혼자 하는 것 보다 더 높은 효율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효율은 자신이 본래 가진 공격력보다 월등히 높은 공격력을 가질 수 있고 마찬가지로 더 높은 방어력을 가질 수 있으며 소진된 체력을 휴식 없이 보충할 수 있는 버프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나는 약할지라도 우리는 강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능력.

 이러한 매력 때문에 유저들은 힐러로 총칭되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고 원해서 선택한 직업이기에 자신의 캐릭터에 만족을 느끼고 더 큰 애착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버프... 버프의 매력 때문에 선택한 직업이 버프의 넘쳐나는 매력 때문에 고달파진다면?

실제로 힐러로 총칭되는 이들은 게임에 접속하고 게임을 하면서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러한 부분은 리니지2 플레이포럼 직업별 게시판에서 올라오는 글들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들이 말하는 불만들은 이 한마디로 함축 된다.

"님아 버프좀"

특히나 공격속도를 올려주는 헤이스트 마법을 가진 프로핏 유저들은 버프좀이란 말에 노이로제가 생길 정도로 고달프다며 하소연을 하고 있다. 힐러들은 왜 버프주기를 꺼려하게된 것일까. 또 왜 그리 큰 애로사항이 있다고 하소연 하는 것일까.





1. 시도 때도 없이 요청하는 버프

어디를 가나 듣는 말이 님아 버프좀 님 버프좀 그나마 좀 나은 편이 님 윈드좀 정도라고 한다. 이것은 단발성이 아닌 게임을 하는 동안 필연적으로 수없이 만나게 되는 불특정 다수들의 요청이다. 처음엔 어떻게든 버프를 주려고 하지만 레벨이 점차 올라갈수록 버프를 요구하는 수요는 많아지고 조금씩 그들에게 지치게 된다.

힐러도 사람이기에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MP가 허용하는 한 버프를 부탁하지 않아도 주지만 어떤 날은 정말 주는 게 귀찮고 싫은 날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날도 여전히 마지못해 버프를 주더라도 어느 순간 사람이기에 심한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때문에 버프를 주지 않으면 타 직업의 일부 유저들은 매너가 없는 힐러 라며 매도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한순간에 여태까지 주었던 버프들에 회의를 느끼게 되고 그 후론 버프를 달라고 하는 유저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게 된다. 


2. 요즘 들어 극성 하는 힐러 PK

이것은 근래의 패치 후 전 서버에서 당한 힐러들이 많다고 하소연이 올라오는 부분이다. 정중한 말투로 버프를 요구하고 버프를 시전하려고 하면 힐러를 공격해 스스로 보라돌이가 된다. 이번 패치후 보라돌이에게 버프나 힐을 시전하게 되면 시전자인 힐러또한 보라돌이가 된다. 그렇게 힐러를 보라돌이로 유인한 후 정령탄과 칼질로 무참히 눕히는 것이다.

당황한 힐러들은 영문도 모른 체 반항도 하지 못하고 눕게 되고 이런 일을 한번 겪고 나면 버프를 부탁하는 다른 유저들마저도 힐러PK범과 같아 보이게 된다. 마찬가지로 심한 회의를 느끼게 되고 일반 유저들에게 버프를 주는 것을 당연히 꺼리게 된다. 


3. 솔로잉시 혹은 파티시 MP 관리

1:1 혹은 1:2~다 까지의 파티를 하게 되면 MP관리는 필수가 된다. 이번 패치 이후 버프 지속 시간은 배로 늘어났지만 그만큼 MP소모량도 늘어났기 때문에 여러 명의 파티원에게 풀버프가 아닌 필요한 버프만 돌린다 해도 엄청난 MP가 소모된다.

특히나 버프 자체가 MP소모가 큰 스킬을 가진 직업이나 원래 MP가 적은 종족의 경우 반 이상의 MP가 남아있더라도 파티원에게 버프를 모두 주고 나면 MP가 바닥나 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나 버린다.

이전보다 MP관리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MP의 소모량은 2배가 늘었지만 버프를 부탁하는 유저들은 그대로다. 당연히 버프를 주기가 꺼려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위의 힐러PK범과 버프를 주지 않는 다는 이유로 매너 없는 유저로 매도당한 기억이 있는 힐러들이라면 더 큰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더 꺼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위에서 제시한 부분들은 그들이 말하는 이유들 중 가장 큰 요인들이다.

이들 외에도 님아 라는 말 자체가 싫어 주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었고 마치 버프를 자신들에게 맡겨놓고 당연히 받아가야 하는 냥 말하는 말투가 싫어 점점 꺼려진다는 이들도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힐러들과 파이터들의 반목으로 치부하기에는 꺼림칙한 면이 있다. 어째서 힐러들과 파이터들의 대립이 생겨난 것일까.


그파이터와 그힐러의 사정
 



▷시작은 함께 처음 그들은 파티플을 통해 웃고 즐기며 공존해 왔다. 힐러는 버프와 힐을 통해 파이터들을 돕고 파이터들은 그들의 힘과 전투적 성향으로 전투를 이끌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함께 성장해 나갔다.

▶파이터의 변
  
조금씩 성장에 한계를 느낀다. 이제 파티플레이를 해서는 성장이 너무도 더디기 때문이다. 아.. 이왕이면 헤이스트마법을 가진 프로핏이랑 하면 좋을 텐데.... 어디 프로핏 없나?


▷힐러의 변
 
 조금씩 성장에 한계를 느낀다. 이제 파티플레이를 해서는 성장이 너무도 더디기 때문이다. 아.. 어디 장비좀 빵빵한 파이터 없나...?


▶파이터의 변
 
점점 더 레벨업은 더뎌지고 얻는 이득도 줄어든다. 나는 죽어라 몬스터와 정령탄을 난무하며 싸우는데 힐러는 앉아 있다가 힐과 버프만 한번씩 준다. 그러면서 얻는 이득은 같다. 정령탄을 쏟아 붓는 내가 당연히 손해다. 파티는 하지 않고 버프와 힐만 얻을 수 있다면....


▷힐러의 변
  
점점 더 레벨업이 늦어진다. 파티를 하려는 유저들은 적어지고 힐러들은 레벨업이 힘들어지게 된다. 솔로잉을 해보지만 턱없이 낮은 방어력과 공격력 명중률 체력 등의 문제로 이마저 힘들고 파티는 안하면서 버프와 힐만을 요구하는 유저들이 많아진다. 버프와 힐을 나누어주다 보면 안 그래도 힘든 솔로잉에 MP회복을 위한 휴식시간이 길어지기 마련이고 이에 슬슬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파티는 안하면서 버프와 힐만 요구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 MP는 모자라고 달라는 사람은 많고... 이럴 바에야 버프 유료화를 해버릴까.


▶파이터의 변
 
 힐러들이 조금씩 이기적이 되어가고 주기위한 능력에 대가를 바라기 시작한다. 우리 없으면 레벨업도 못하면서....


▷힐러의 변
 
파이터들이 조금씩 이기적이 되어가고 버프 힐 MP관리도 벅찬데 이제 정령탄을 사용하면서 파이터와 같이 전투까지 하라고 한다. 우리 없이는 몇 마리도 못 잡고 쉬어야 하면서...

서로가 모자란 부분은 서로의 공격 대상이 되고 서로가 가진 장점은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성선설(性善說)
중국의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性善說)이 있다. 사람의 본성은 선천적으로 착하나 나쁜 환경이나 물욕(物慾)으로 악하게 된다는 학설이다. 그들은 원래 모두 선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했으며 이해하려했고 그렇게 공존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너무나 더딘 성장 한정된 사냥터와(나쁜 환경) 레벨 상승에 따라 교체해야 하는 아이템 가격의 부담으로 인한 이득분배의 불만 (물욕) 등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이해하려는 노력을 앞서버렸고 결국 이들은 반목하게 되었다.

환경 환경은 사람을 바꾼다. 인간은 해당 환경에 맞게 진화되어왔고 그 사회가 원하는 틀에 맞게 바뀌었다. 그걸 해내지 못하면 사회에서 도태되었고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히고 추락했다. 이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온라인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게임의 시스템에 맞춰가지 못하면 그는 게임 내에서 도태되고 적응하지 못했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그 게임 시스템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맞추어 가야했다. 아이템과 레벨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시스템 때문에 그들은 서로 경쟁하고 시기하며 싸워야 했다. 사냥터를 선점하기 위해... 레벨을 더 빨리 올리기 위해... 더 많은 아데나를 벌어들이기 위해... 좀더 많이 좀더 빨리 모든 것을 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현거래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나마 현거래는 남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지만 빨리하고 싶은 마음을 게임내의 사기로 풀어낸 이들은 직접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심지어 단순히 아이템 갈취를 위한 사기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믿음까지 파괴하는 악질적인 사칭사기까지 생겨났으니...


문화


다옥이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내에서는 사기는 물론 단 한번이라도 님아 XX 하셈 이란 식의 채팅채와 님아 를 의사전달 수단으로 사용하면 그 캐릭터는 서버내에서 매장당하게 된다. 그만큼 매너가 중시되는 게임인 것이다. 이는 유저들이 스스로 자정해간 결과물이다.

매너가 없는 유저들은 발붙일 곳이 없게끔 스스로 만들어 나간 룰이다. 하지만 이 룰은 게임의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유목민들은 토템신앙을 만들고 따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유일신보다 자연을 섬기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파티플레이와 협동이 중요시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성공을 한 (물론 국내를 제외하고) 다옥이나 에버퀘스트에서 힐러와 파이터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서로를 모함하고 헐뜯고 비방하는 일이 있었던가.


욕을 하지 않고 게임을 할 수는 없을까. 욕을 듣지 않고 게임을 할 수는 없을까. 사기꾼들을 보지 않고 게임을 할 수는 없을까. 힘의 논리에 굴복했다는 사람들을 보지 않을 수는 없을까. 고의적으로 사람을 죽여 아이템을 획득하려는 꾼들을 보지 않을 수는 없을까. 그런 사람들에게 당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보지 않을 수는 없을까.


반대로 왜 다옥이란 게임에서는 욕을 하면 매장당해 버릴까. 왜 다옥이란 게임에서는 사기꾼들을 찾기가 힘든 걸까. 왜 다옥이란 게임에서는 힘의 논리에 의해 굴복했다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걸까. 왜 다옥이란 게임에서는 고의적으로 사람을 죽여 아이템을 획득하려는 꾼들이 보이지 않는 걸까. 왜 그런 사람들에게 당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없는 것일까.


이기심이 불러온 재앙?
모든 문제는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진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이기심이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유저들은 게시판과 게임내의 대화로 서로의 이기심을 조금씩 줄이고 도와가자며 스스로를 먼저 질책하고 추스른다. 서로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자고 촉구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꺼림칙하다. 우리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인가. 우리는 애초부터 그리 이기적이었었나.

게임의 시스템은 우리를 이기적으로 몰고 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기적일 수밖에 없도록 강요해 왔다. 어떻게든 유저들끼리 마찰이 있도록 만들었고 그 마찰로 인해 게임이 굴러가도록 만들었다. 힐러와 파이터가 반목할 수밖에 없게끔 시스템이 그렇게 유저들을 몰고 갔고 스케빈져가 정산을 해야 하나 안 해야 하나를 가지고 싸우게끔 만들었으며 사기를 통해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까지 자신의 이득을 챙길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위의 모든 굴레와 틀어져버린 결과는 고스란히 유저들이 떠안았다.


이기심을 만들어낸 시스템
사기를 당하고 모든 것을 날리고 그것을 복구하기 위해 현거래를 하고 때문에 계정이 압류되어 만신창이가 되도 그 무엇 하나 도움 받지 못하고 모든 울분을 혼자 감수해야 했다. 악의적인 몹몰이에 당해 값비싼 아이템을 잃어버려도 모두 혼자 참아내야 했다. 힘의 논리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유저들도 담배 한대와 한숨으로 억울함을 달래야 했다.

그 무엇도 게임사에서 보호해주지 못했다. 그것도 모자라 그들은 그런 피해들을 게임내의 자유도라는 이름으로 감추어 버렸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일들을 우리 스스로의 잘못이고 스스로 정화해야 한다고 자신을 추슬러야 하는 것일까.

게임회사를 탓하기 전에 그것을 이용한 유저들이 문제라며 스스로를 돌이켜 보자는 의견들은 리니지1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던 4~5년 전에부터 있어왔다. 그 후로도 쭉 있었고 지금도 게시판엔 그런 자성의 목소리들이 유저들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자성만 하고 있었다.

자성으로만은 그 무엇도 더 이상은 바뀌지 않는다. 그만큼 자성을 해왔고 유저들 스스로 노력을 해 왔는데 그것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면 현재 리니지2에서 일어나는 좋지 않은 면들을 유저들이 바꿔 갈 수 있도록 게임사에서 시스템적 보완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닐까.

더 이상 유저들의 억울한 사연을 보고 싶지 않아졌다. 게임내의 욕설도 게시판 내의 심각한 비방들도 작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들도 여자라는 이유로 모욕을 당했다는 글들도 현거래 하다가 계정 압류되었다는 글들도 이제는 신물이 난다.

게임이 좋아 모였던 우리가.. 즐겁기 위해 시작한 게임 속에서 왜 그리 슬퍼하고 억울해 하고 분노해야 하는 것일까. 욕먹고 사기당하고 죽어야 하고 억울해야 하는 것마저도 게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야만 하는 걸까. 언제까지 참아내야 하는 것일까. 유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일들을 줄이기 위해 제작 사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해 왔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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