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의 등급판정에 대한 불만섞인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물론이고 일반 유저들까지도 영등위의 불확실한 기준으로 인해 받게 되는 불이익에 많은 반발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례로 얼마 전 리니지2의 18세 판정에 의해 그동안 즐겨온 게임을 그만 두어야 하는 등 사이버상에서 모아 놓은 재산들까지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혼란이 생겼던 것이다.

이에 NCsoft는 영등위의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옳지 않은 판단에 맞선다는 명목으로 게임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18세 이상 게임으로 방향을 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업체들이 모여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업계와 영등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등위와 NC Soft 모두 명목상으로는 ‘여론의 반영’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기자가 알고 있는 ‘여론’의 사전적 의미가 틀리지 않다면 둘의 여론은 결코 다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같은 여론을 반영하였는데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섹시한 것은 유죄?


영등위가 18세 판정을 내린 이유 중 하나가 게임내 캐릭터의 속옷 노출이다. 물론 속옷이 보인다는 점 하나만을 가지고 18세 판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속옷의 노출을 선정성으로 규정한 데에 그 문제가 있다.

게임사는 속옷 노출은 현실성중 하나일 뿐이며 게임의 전반적인 내용이 아닌 특정 부분만을 꼬집어 선정성이라 못 박는 처사는 이해 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고 영등위는 이에 맞서 정서적인 문제와 청소년 보호 또 게임과 그다지 연관성이 없는 속옷의 노출 등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은 단순히 선정적이다와 그렇지 않다의 문제만으로 파악하기에는 그리 간단한 종류의 것은 아니다. 먼저 게임업체는 성의 상품화라는 고질적인 지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들이 말하는 현실성은 그리 큰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임내 캐릭터의 속옷이 노출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속옷이 노출되어야 한다는 법 또한 없다. 이에 대한 이유로 현실성을 부각시킨다면 그것이 가지는 설득력이 얼마나 될까. 그것은 수많은 현실성 중의 하나일 뿐이다.

또 영등위는 숲이 아닌 나무를 보며 그 하나의 나무가 썩었다 하여 숲 전체를 죽은 숲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게임내에서 차지하는 맥락에 대한 이해나 당사자들의 인식 그리고 사회적 인식이 없이 단순히 속옷이 노출된다고 하여 그것을 선정성이라 규정한다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 시장의 원리
수많은 기업은 더욱 높은 질의 상품을 만들기 위하여 건전한 경쟁을 한다. 그러한 경쟁 속에서 상품이 소비자에게 공개가 되고 소비자는 건전한 구매활동을 통하여 양질의 상품과 저질의 상품을 걸러내어 소비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며 동시에 더 좋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이에 자연히 저질의 기업은 도태되고 양질의 기업은 더욱 튼튼해지며 이로써 소비자의 권리 또한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의무와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가? 아니 의무와 권리를 행사할 기회라도 주어졌던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리니지2의 선정성문제는 유저로 표현되는 소비자들의 몫이다.

스스로의 정화과정을 전혀 가질 수 없이 선택의 과정과 소비자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그 어떤 것도 누릴 수 없는 슬픈 현실. 우리는 어쩌면 우리의 의무와 권리를 모두 빼앗기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든 것을 제 3자가 알아서 걸러내어 그 결과물만을 남기어 주는 것과 스스로의 판단으로 정화를 해 나아가고 이로서 조금씩 발전 해 나가는 것.

이 두가지 중에서 과연 어떤 것이 더 옳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까.

또 많은 유저들이 ‘제조기’라는 말에 치를 떨며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리니지2 내의 ‘카오틱’성향이 가지는 페널티를 충분히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카오틱’성향은 PvP시에 일명 ‘쌍방보라돌이’ 즉 서로가 서로에게 적의를 품고 싸운 것이 아닌 한쪽의 일방적인 공격에 의하여 캐릭터가 죽었을 경우 받게 되는 페널티이다.

자신의 힘만을 믿고 혹은 자신의 배경을 믿고 타 캐릭터에게 부당한 무력을 행사 하였을 경우 받게 되는 일종의 처벌로 이러한 성향을 가지게 되면 그 캐릭터는 타 캐릭터 혹은 몬스터에게 죽었을 경우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아이템을 일정 확률로 드롭하게 되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 현실의 경찰이나 법과 같은 물리적 보호 방안이 없기 때문에 생긴 일종의 ‘필요악’이고 이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인정하는 바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이 없다면 게임내의 상황이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런 부분에 대한 깊은 고찰이 있었으리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언제나 그렇듯 빛이 있으면 그 뒷면엔 어둠이 있기 마련이다. 카오틱 시스템을 악용하여 ‘제조’라고 불리는 게임상의 행동을 일삼고 악의적으로 아이템을 노리는 유저가 생겼으며 무차별 PK를 일삼는 유저까지 생겨났다.

이러한 부작용은 이미 외국의 온라인게임에서도 부각이 되었던 문제이고 게임업체가 이러한 부작용을 모르고 있었을 리는 만무하다. 게임의 시스템 자체가 이미 성공을 한 사례가 있는 안정적인 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어 진 것이기에 이러한 이유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유저들도 이미 알고 있고 어느 정도의 심각성은 인정을 하는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영등위의 판정에 반발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수 유저의 행동에 따른 ‘어둠’은 게임 내에서 유저들 스스로가 정화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온라인게임을 또 하나의 내가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가상의 사회라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겪어 가면서 우리 스스로의 의식도 점차 발전해 나가는 것 아닐까?


◈ PvP와 아이템 드롭
영등위의 입장과 게임업계의 의견이 반대될 뿐이지 영등위도 나름대로의 근거는 가지고 있다. 바로 영등위가 처한 사회적 입장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로서의 유저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지만 영등위의 입장으로선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등위는 앞뒤 상황이 어찌 되었던 국가기관중의 하나이다.

게임업체는 단순히 유저들의 반응만을 살피면 되지만 영등위의 경우 ‘여론’을 등한시 할 수 없다. 쉽게 말하면 게임업체는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의견을 중시하는 반면 영등위는 플레이를 직접적으로 하는 유저 뿐 아니라 온라인게임에 대해 무지한 일반적인 ‘여론’ 심지어는 게임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보수적 입장까지도 고려를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불거져 나온다.

바로 온라인게임에 대해서 깊이 알지 못하며 사이버 상의 자산을 현금가치화 하는 이들에 대한 무조건 적인 반대 시각을 가진 이들의 비판이다. 이들이 가진 시각으로 본다면 PvP와 그로 인한 아이템 드롭 등은 이해할 수 없는 사이버상의 폭력과 속칭 ‘폐인’들의 그릇된 행동 정도로 비춰질게 당연하다.

국가기관의 위치에서 이들의 의견 또한 수렴하지 않을 수 없고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시각이 아직은 사이버 자산의 현금화에 조금은 부정적인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현재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부분의 마땅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 어쩌면 더욱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보다는 상대방의 잘못만을 탓하는 현실을 보고 유저들은 밥그릇싸움이라 비아냥거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


◈ 기업의 목적은 이윤의 추구



기업의 목적은 이윤의 추구이다. 기업윤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최고의 이윤을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 이미 성공이라는 결과로 보여진 안전한 게임의 시스템을 두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으로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코스트를 들일 이유가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위의 문제는 조금 간단해 진다.

유저들의 목소리는 해당 게임업체의 이윤과 직결된다. 때문에 유저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는 등의 게임상의 변화는 시스템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되는 문제가 아니고서는 결코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

반대로 그 상황이 게임업체의 이윤추구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유저의 반발을 감안하고라도 업데이트를 강행한다. 이것이 기업의 정체이다. 꽤 지난 이야기 이지만 리니지1의 개경주장과 슬라임경주장 또 PvP시의 아이템 드롭 등이 15세 판정을 받기 위하여 사라져 버렸고 이것을 현재의 리니지2 18세 강행과 비교해 본다면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리니지1을 즐기는 유저의 연령층과 리니지2를 즐기는 유저의 연령층은 꽤 다르다. 만약 리니지2를 즐기는 유저 중 80% 이상이 18세 미만이었다면 과연 NC Soft에서 18세 강행이라는 영등위와의 맞짱과 같은 행동을 취하였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유저들의 몫으로 남겨 두겠다.


◈ 금단의 열매



지금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리니지1 또한 PvP 시의 아이템 드롭이나 기타 사항들을 원하는 유저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유저들의 바램대로 그런 업데이트가 다시 이루어진다면 캐릭터간의 경쟁 아무런 페널티와 규제가 없는 PvP 그로 인한 아이템 드롭 그리고 현금거래 등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될듯하다.

이것은 이미 리니지1의 성공과 함께 나타난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의 특징이기도 하다. PK와 사이버자산의 현금가치가 그 게임을 평가 하는 척도가 되고 그것을 은연중에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는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유저들이 원하기 때문에 그러한 시스템을 고수 하는 것일까.
아니면 업체들이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유저들이 그것을 따라가는 것일까.


결국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애매한 논제가 되어 버렸지만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온 게임업체에게 법적인 책임은 없을 수 있으나. 도의적인 책임 정도라도 묻고 싶은 것이 지나친 바램은 아닐 것이다.


◈ 유저들이여 당당해 지자!



유저는 소비자이다.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권리를 지속시키기 위해 가지게 되는 의무 또한 존재한다. 이것을 기억한다면 좀더 냉정해 지자.

기업은 기업대로 영등위는 영등위대로 각자의 명목과 입장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 둘의 이득은 유저 즉 소비자의 이득과는 그리 큰 연관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소비자인 유저의 입장은 무엇인가? 유저 입장에서 본 영등위의 등급판정이 상식 이하라 생각되더라도 ‘초딩즐’이란 식의 매도는 피하고 그저 ‘허허허 참....’하면서 영등위의 판정은 얼마든지 포용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자.

우리의 의식이 성장했다는 것을 그들에게 인식시키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양질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계속해서 그들에게 뺏길지도 모르니 말이다.


◈ 영등위vs게임업체? No!
영등위의 판정으로 지금까지 누려온 즐거움을 한순간에 빼앗길 수도 있고 기업의 이윤추구에 의한 업데이트로 인해 많은 손해를 볼 수도 있으며 불합리한 약관 등으로 너무나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피해는 유저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영등위와 게임업체와의 문제일까.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려는 능동적 소비자와 방관자적 입장에서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게임을 하는 수동적 소비자의 입장을 뛰어넘어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의견조율의 과정이리라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 섹시한 것은 보류! 
이것은 앞으로 우리가 판단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유저로서의 판단이 선정적이라고 결정되어 여론으로 뭉쳐지면 자연히 게임업체는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여론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고 그로써 스스로 정화해 나갈 것이다. 작게는 게임을 즐기고 사랑하는 하나의 유저로서 크게는 좀더 즐겁기 위한 권리를 찾아가는 소비자의 의무로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 가는 것. 

이것이 더 재미있는 게임을 즐기기 위한 유저로서의 진정한 권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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