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글에 다음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1. 잘나가고 있는 라이브 게임
2. 진행되고 있는 치열한 신규 프로젝트


위 두 상황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1번은 빵빵한 인센티브와 대우 때문에 별 상관이 없고
2번은 어쨌든 목표(런칭)이 뚜렷하기 때문에 어쨌건 견딜 사람들은 견딘다.

문제는,

0. 별볼일 없는 라이브 게임

자, 일단 별볼일 없기에 인센티브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더 심한 경우 게임 자체도 3년 이상 지난 게임이라 기술적으로나 구조 상으로나 소스는 덕지덕지에 기획적으로는 어떻게 풀 수 없는 진퇴양난인 경우가 많다.

바꿔보려면 안그래도 떠나는 기존 유저들이 더 떠날거 같고 그대로 놔두자니 풀이 늘어날 조짐도 없고.
그러니 다시 바꿔보려하니 사업부에서 매출 방어 해야한다고 난리치고 그래픽팀은 지원을 안해준다.
돈을 잘 못버는 게임이니까.


이쯤 되면 팀원들은 흔들리기 시작하고 윗선들 빼곤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나락으로 빠져든다.
관리직의 "잘 될거야! 화이팅!" 혹은 "넌 중요해. 니가 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야. 잘하고 있어!"라는 당근도
처음 먹어야 맛있지 점점 질력이 날 정도.


그 한계에 봉착하면 결국 회사를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하며 한번 흔들리고 마음이 뜨면 잉여 바이러스에 걸리게 되고 그 바이러스는 팀 안에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번져나간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이런 경우 대게 팀에서 혹은 회사에서 사원이 마음을 잡고 일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은 몇가지 없다.

1. 연봉 올려주기
2. 우리는 가족이다. 정에 호소하기 & 너는 중요하다, 잘한다 세뇌하기
3. 하고 싶은 일 하게 해주기 



 
1. 연봉 올려주기

뭐, 돈을 잘 못버는 라이브 게임에서 사원 나간다고 연봉을 확 올려주진 않을게 당연한거고
오히려 오려주는 회사면 그 회사가 이상한거다.

충족한 욕구 / 충족하지 못한 욕구 = 행복지수
유한을 무한으로 나눠봐야 결국 0에 가까워진다.

즉, 연봉 올려줘봐야 행복지수는 0에 수렴, 결국 연봉 상승은 사람을 진심으로 잡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
그렇게 올리고 또 몇개월 있다 그만둔다고 하고 다른 회사 가면서 연봉 더 올리면 그만이니까.

결국 1번은 답이 아니다.



2. 우리는 가족이다. 정에 호소하기 & 너는 중요하다, 잘한다 세뇌하기

개인적으로 제일 저질로 생각하는 방법이다.
일단, 말은 가족이지만 나가게 되면 얄짤 없는 경우가 태반이며 프로젝트가 해체되거나 정말 안좋은 상황이 되었을 때 관리직들은 사원급들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업계에서 도태되건 실력 미달이 되건,

다른 게임 기획자들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노력을 하건,
상용엔진이다 루아다 비베다 실무에서 엄청나게 배우며 성장을 하건,

그들은 일단 사람 못나가게 잡고 지금 프로젝트 유지하는게 최우선이니까.
강조하지만 그들은 절대 사원급의 미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아니 책임져 줄 수도 없다. 뭐 결혼이라도 하자고 할텐가?

더 웃긴건, 매니지먼트랍시고 "니가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야!" "넌 잘하고 있어! 좀만 더 힘내자!" 등등
온갖 당근을 쏟아 가며 사람 굴리더니 막상 연말 연봉협상자리에 가면


"니가 진짜 잘해온 것도 알고 정말 열심히 한 것도 아는데...."


이 말로 시작되면서 실제 연봉 상승폭은 시 to the 망인 경우가 또 태반.

아니, 그리 잘해왔고 또 열심히 한것도 알고 하는 일이 중요한거라고 말을 했으면
그에 대한 보상을 연봉협상때 해 주어야 하는거 아닌가?

프로젝트가 시망이라 연봉상승이 이게 최선이라며 당근에 젖어 일만하던 나에게 프로젝트의 현실과
회사 그리고 팀원들 사이에 끼인 관리직으로써의 기구함을 하소연하려는 상관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이게 진짜 무능하면서 착한(혹은 척) 사람들이다. 제일 경계해야할 대상들.



3. 하고 싶은 일 하게 해주기 

어찌보면
 위의 1/2번에 비하면 이게 젤 현실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옳다고 본다.
경제학 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경제인의 행복은 '원하는 소비'와 비례하니까.

그럼 기획자가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원하는 소비'가 뭘까?
당근 자기가 하고 싶은 기획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들어가는 프로젝트에서 관리직이 일반 사원에게 그렇게 하도록 놔둘까?
당연히 아니지. 암 그렇고 말고.

여기서 저질 관리직들의 무능이 또 한번 나타난다.


수많은 매니지먼트 책들 혹은 조엘온소프트웨어에서도 나오는 내용인데,

'최고의 관리직은 실무자가 지금 하는 일이 스스로 원해서 하고 있는 듯이 착각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어떤 관리직도 사원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만 해줄 수는 없다.
그런 관리직이 있는 회사면 나좀 소개시켜 주라. (아.. ㅅㅂ)


그럼 결국 (물론 기획쪽에 한정된 이야기일 수 있으나) 기획쪽의 관리직은 지금 실무자가 작성하고 있는 그 기획서가 실무자 스스로 생각해 내어 진행하고 있는 것 처럼 착각을 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특히나 프로젝트가 시들어가는, 아니 망해가고 있는 라이브 프로젝트라면 더더욱 말이다.


이걸 '팀 매니지먼트란 건 참 어렵다' 라던가,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할게 산더미 같은데...'라던가.

이런식으로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그 팀에서 남아날 사원은 없다.
비젼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마저 재미 없다면 누가 버틸 수 있겠나?

대부분 아직 다음 회사를 찾지 못해 마지못해 일하고 있는 사람이 태반인 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적어도 말이다.
자기가 팀 매니지먼트에 대해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면, (넘 과격한가? 돌려 말하면 사람 관리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면)
책이라도 읽고 책에 있는 내용들이라도 적용해 보자. 자기 팀에 말이다.

이것 조차 안하고 술자리에서 불만 이야기 하면 '그게 참 어려운거다'란 말만 1년 2년을 반복하면
도대체 어쩌란건가? 그냥 나가라는건가?



그래서 난 결국 이직을 택했다.

한번 나가려는 결심을 관리직의 감언이설에 속아 한번 더 마음을 다잡았었고
8개월이 지나는 동안 전혀 변하지 않는 관리직의 태도에 질려버렸다.

그냥 가만히나 있었으면 좋은 추억으로 남겨놓으려고라도 해보겠건만,
파트장이란 사람은 '나도 팀장님/PD님 한테 올라가면 깨지고 이거 말고 다른거 하라 소리 듣고 그런다. 나도 하고 싶은거 못한다.'라고 되려 사원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으니 말 다했지.


저 말은 도대체 자기가 뭘 잘 못하고 있는지, 스스로의 매니지먼트가 실패한건지 아닌 건지 조차 구분 못하고 있는거다.


더 멋진건, 기획파트장이 파트원들에게 게임의 데이터들에 대한 접근권을 막고 있었다.
대외비라나. 규정이라나.

우린 외부 사람인가. 대외비라니. 생각이 없는거다.

기획자에게 게임의 데이터들은 생명줄이다.
데이터를 보고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며 데이터를 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분석하고 생각한다.

데이터를 통한 논리적인 분석, 이를 통한 필요한 시스템 or 콘텐츠에 대한 제안.
이게 기획자들에게 기본이 아닌가? 뭔가 보고 생각을 해야 뭘 하자고 제안이라도 해보지.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도대체 기획자들에게 무슨 일을 하라는 것인가?

정말 웃긴일은 파트 회의에서 계속 권한을 다래도 거절했던 기획 파트장과 달리 팀장님은 그 권한을 바로 내게 주었다.

참 웃긴 일이다.



정리하자면,

난 게임내 데이터들을 비공개로 하는 곳에서는 절대 일하지 않을 것이다. 
곧 내가 가게 될 프로젝트가 설령 매우 가능성이 높고 유명한 프로젝트 일지라도 그러한 데이터 공유에 대해 비겁한 팀이라면 내가 있을 이유가 없다. 그 팀의 싹수가 노랄게 뻔하니까.


팀을 관리함에 있어, 특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관리직을 맡아야 한다면 더더욱.
실무자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생각으로 나온 시스템과 콘텐츠의 제안이 관리직이 생각한 그 모양과 비슷하게 나오도록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하며 그것이 곧 진짜 사람관리다.


내가 다시 관리직을 맡게 되었을 때 이 점을 절대 잊지 않으려고 기록해 둔다.
아, 악몽이여 안녕. 
AND